토양수분의 이동
토양수분은 주로 강수와 관개를 통하여 유입되며, 일부가 지하수로부터 공급되기도 한다. 토양 표면에 공급된 수분은 침투 과정을 통하여 토양층 내로 이동하고, 침투하지 못한 수분은 지표면을 따라 유거된다. 침투한 수분은 식물의 잎을 통한 증산, 토양 표면을 통한 증발, 내부 유출, 투수 등의 과정을 통하여 유실되고, 나머지는 일정 기간 토양에 저장된다. 토양층 내로 침투한 수분이 상부 토층에서 수평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내부 유출이라 하고, 중력작용에 의하여 토양층을 통해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투수라고 한다. 토양 내에서의 수분이동은 수분퍼텐셜의 차이에 의하여 일어나며, 물은 수분퍼텐셜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수분퍼텐셜은 중력퍼텐셜, 매트릭퍼텐셜, 삼투퍼텐셜, 압력퍼텐셜 등을 모두 합한 총수분퍼텐셜이다. 한편, 수분과 공극벽과의 마찰력과 수분 자체의 마찰, 즉 점도 등은 수분의 이동속도에 영향을 끼친다. 토양 내에서의 수분이동은 포화상태와 불포화 상태의 이동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토양수분의 포화 여부에 따라 수분의 이동에 영향을 끼치는 수분퍼텐셜의 종류가 다르고, 또한 이동 특성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포화상태에서의 물의 흐름
포화상태에서는 토양 공극들이 모두 물로 채워져 있으며 공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포화상태는 토양층위 전체에 걸쳐서 일어날 수도 있으며 일부분만이 포화상태에 있을 수도 있다. 배수가 불량한 토양의 경우 심층 토양은 포화상태에 있고 표층 토양은 불포화 상태에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많은 비가 일시적으로 온 직후에는 표층 토양은 포화, 심층 토양은 불포화 상태에 있을 수 있다. 포화상태에서 물의 이동은 주로 아래쪽으로의 수직 이동이 일어나며 일부 수평 방향의 이동도 일어날 수 있다. 포화상태에서 토양의 흡착력이나 모세관력은 물의 이동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므로 매트릭퍼텐셜은 토양 전체에서 모두 0이며 물의 이동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토양용액이 매우 묽은 상태임을 고려하여 삼투퍼텐셜도 0으로 간주할 수 있고, 토양 전체에서 토양용액이 균질하며 반투막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므로 결국 삼투퍼텐셜도 물의 이동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따라서, 물의 이동에 영향을 끼치는 퍼텐셜은 주로 중력퍼텐셜과 압력퍼텐셜이다.
포화수리전도도
수리전도도는 토양의 입경 조성과 공극의 형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점토함량이 많은 토양의 수리전도도는 낮고, 사토처럼 많은 대공극을 가지고 있는 토양에서는 수리전도도가 높다. 토양이 불포화 상태이면 공극에 있는 기포가 물의 흐름을 방해하여 수리전도도가 포화상태일 때보다 작아진다. 토양의 포화도가 증가하면 물의 이동통로가 확대되어 그만큼 수리전도도도 커진다. 토양공극을 통하여 이동하는 물의 양은 공극 반지름의 4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공극의 실제 크기가 토양의 수리전도도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수리구배가 동일한 경우 반지름 1mm의 공극을 통하여 이동할 수 있는 물의 양은 반지름 0.1mm의 공극에 비하여 10,000배나 된다. 어떤 토양에서 배수가 잘될 수 있는가의 여부는 결국 대공극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에 달려 있다. 공극의 크기별 분포는 토양의 입경 조성, 즉 토성에 따라 달라진다. 사질토양에서 배수가 잘되고 식질 토양에서 배수가 불량한 이유는 사질토양에 그만큼 대공극이 많고 식질 토양에서는 주로 미세한 공극이 많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토양의 구조는 공극의 크기별 분포와 배열에 크게 영향을 끼치므로 구조의 발달 정도에 따라 수리전도도가 달라진다. 또한, 판상 구조를 가진 토양의 수리전도도는 입상 구조를 가진 토양의 수리전도도에 비하여 작다. 공극들이 수직으로 배열되어 있으면 비교적 일직선상으로 물이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실제 토양에서는 공극의 배열이 매우 불규칙하고 공극으로 연결된 물의 통로가 꾸불꾸불할수록 물의 이동속도가 느려진다. 지렁이와 같은 토양생물의 통로와 식물 뿌리의 생장이 물이 이동할 수 있는 비교적 큰 통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