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뿌리의 물 흡수 기작
식물의 뿌리 내로 물을 흡수하는 체계는 증산율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증산율이 낮은 경우, 즉 식물의 물 요구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는 삼투압 또는 능동적인 흡수가 일어나고, 반대로 증산에 의하여 물의 손실이 심하고 식물의 물 요구량이 많은 경우에는 집단 흐름 또는 수동적인 흡수가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식물이 이용하는 물의 90% 이상은 수동적으로 흡수된다.
능동적 흡수
증산작용이 활발하지 않은 경우에는 물관의 용질 농도가 상당히 높아지며, 따라서 뿌리조직 내의 수분퍼텐셜이 토양의 수분퍼텐셜보다 낮아진다. 따라서, 토양 중의 물이 수분퍼텐셜의 차이에 따라 뿌리 내로 흡수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염류가 집적된 토양의 경우 염류의 농도에 따라 수분퍼텐셜이 크게 낮아진다. 이러한 토양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은 뿌리의 조직은 물론 체내 수분퍼텐셜을 토양용액의 수분퍼텐셜보다 낮게 유지해야 하므로 상당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체내에 이온이나 당을 비롯한 가용성 유기화합물을 능동적으로 축적하여 삼투퍼텐셜을 낮춤으로써 물을 흡수한다. 토양의 염류농도는 EC로 측정하며 dS/m의 단위로 나타낸다. 토양용액의 EC가 4dS/m 이상으로 측정되면 염류가 집적된 토양으로 판정한다.
수동적 흡수
증산작용이 활발한 경우에는 많은 양의 물이 뿌리를 통하여 식물체 내로 흡수되고, 또한 지상부로의 이동이 활발하므로 뿌리조직 내의 용질의 농도가 매우 낮다. 따라서. 토양과 뿌리 사이의 삼투퍼텐셜의 차이에 따른 삼투현상을 통한 물의 흡수는 일어나지 못한다. 증산작용이 활발한 잎에서는 물의 손실이 커지므로 잎의 수분퍼텐셜이 크게 낮아지는데, 이때 상대적으로 수분퍼텐셜이 높은 줄기에서 물이 잎 쪽으로 이동하고 이어서 뿌리로부터 줄기로의 물의 이동이 동시에 일어난다. 결국, 뿌리에서부터 줄기를 거쳐 잎까지 연결된 물이 연속적으로 이동함으로써 토양의 물이 뿌리조직 내로 수동적으로 흡수된다. 이처럼 식물이 수동적으로 물을 흡수하는 현상은 한쪽 끝이 물에 잠긴 스펀지를 통하여 공기 중으로 물이 증발하는 현상과 마찬가지이다.
식물에 물이 필요한 시점
가시적인 시듦 현상은 식물체 내에 물이 부족하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며, 또한 이때가 식물이 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드는 현상이 가시적으로까지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식물의 생장이 상당히 저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식물이 시드는 것은 대부분 토양에 물이 부족한 경우에 발생하지만 물이 충분한 토양에서도 시드는 현상은 일어날 수 있다. 건조하고 기온이 높은 조건에서 증산에 의하여 손실되는 물이 뿌리에 의하여 흡수되는 물보다 많을 때는 토양의 물 함량과 상관없이 식물이 시들게 된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시듦은 기온이 낮은 밤에 증산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회복된다. 곡류작물의 경우 생장 후반 결실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시듦 현상은 수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듦 현상이 나타날 정도의 물 부족 현상은 대부분의 식물에서 영양생장을 심하게 감소시킨다. 물 부족 현상이 이처럼 작물의 영양생장이나 수량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종자를 생산하는 작물의 경우 개화기부터 결실기까지의 물관리가 중요하며, 이 시기에 물이 부족하면 알곡 또는 종자의 수량이 심하게 감소한다. 과수나 섬유작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영양생장을 최대로 할 필요가 있는 사료작물의 경우 성장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시기의 물관리가 중요하며, 과실과 구근을 수학하는 작물의 경우에는 이들이 커지는 시기에 그리고 보리나 밀과 같이 분얼하는 작물의 경우에는 분얼기와 종자 결실기에 물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수분퍼텐셜의 차이와 수분의 이동
식물은 토양으로부터 물을 흡수하고 체내에서의 이동 과정을 거쳐 증산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낸다. 이 과정에서 물은 에너지의 차이 때문에 이동하게 된다. 토양-식물-대기의 순차적인 물의 에너지 기울기가 형성되어 물이 토양에서 식물체로 쉽게 이동한다. 반면 토양의 수분퍼텐셜이 낮고 뿌리의 수분퍼텐셜이 토양에 비해 높은 상태에서는 수분이 오히려 뿌리에서 토양으로 이동하여 고사 현상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