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의 물이용효율
물이용효율은 작물의 재배기간 동안 소요되는 물의 양과 작물생산량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가능한 한 적은 양의 물을 이용하여 작물을 최대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강수량이 적은 기후지대나 관개를 통하여 물을 공급해야 하는 농업에서는 작물의 물이용효율이 매우 중요하다. 물이용효율이 낮다는 것은 결국 작물 수량의 감소를 의미하고, 또한 관개에 드는 비용이 농업생산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어떤 형태의 농업이든지 작물의 재배와 관련된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효율적인 물의 이용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작물의 생장에 드는 물의 양은 실제로 식물의 조직 내에 흡수 잔류 되는 물의 양보다 훨씬 많다. 매우 많은 양의 물이 토양 표면에서의 증발과 식물 잎에서의 증산을 통하여 손실된다. 증발과 증산 현상을 묶어 증발산이라 하고, 증발산을 통하여 손실된 물과 식물체 내에 존재하는 물의 합을 소비 용수라고 한다. 증발산에 의하여 손실되는 물은 정량적인 측면에서 소비 용수량과 거의 같다. 식물체 내에 존재하는 물의 양은 성장 속도가 느린 식물의 경우 소비 용수량의 0.1% 정도로 적은 양이며, 물이용효율이 높은 식물의 경우에도 1% 정도이다.
증발과 증산
토양 표면에서의 증발과 식물체로부터의 증산, 즉 증발산은 기상 조건이나 토양의 수분 상태, 작물의 종류와 생육 상태 등의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대기가 건조한 경우, 습도가 낮은 경우 그리고 기온이 높고 바람이 부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증발산량이 증가한다. 그리고 토양의 수분함량이 증발과 식물의 물 흡수가 용이한 포장용수량 수준에 가까울수록 증발산량이 증가한다. 반대로 건조한 토양조건에서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으며 바람이 불지 않을수록 증발산량이 감소한다. 식물 잎의 모양에 따라 증산량이 달라지는데 전체 잎 면적이 클수록 증산량이 증가하고 반대로 잎에 의한 토양피복 정도가 클수록 토양 표면으로부터의 증발량이 감소한다. 1년생 작물의 생육기간 동안 증발산량과 단위 토양 면적당 엽면적의 비율인 엽면적지수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파종기부터 수확기로 진행되어 감에 따라 토양 표면으로부터 증발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잎을 통햔 증산량은 증가하는데 이는 식물의 엽면적 변화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양의 수분함량이 충분한 농경지에서 증발산을 통하여 최대로 일어날 수 있는 물의 손실을 잠재증발산이라고 한다. 농경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증발산량은 동일한 대기조건의 물 표면에서 일어나는 증발량보다 적다. 완전히 자란 식물로 피복된 농경지로부터의 물의 손실량은 동일 면적의 물 표면에서 일어나는 손실량의 0.5~0.9배에 해당한다. 이러한 물 손실량은 서늘한 기후조건에서 식물이 어린 경우 하루 수 mm 정도이지만, 더운 기후조건에서는 13mm 이상 되기도 한다.
증산율과 소비용수량
작물의 물이용효율은 증산율과 소비 용수량으로 나타낼 수 있다. 증산율은 건물량으로 측정된 작물의 단위 생산량 당 증산으로 손실된 물의 양으로 나타내는 지표이고, 소비 용수량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작물의 생육기간 동안 증발산을 통하여 손실된 물과 식물체 내에 보유된 물의 총량으로 나타낸 지표이다. 이들 두 가지 지표는 결국 증발현상에 의하여 발생하는 물의 손실량을 반영하는 것이며,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증산율은 기본적으로 작물의 고유한 물이용효율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 작물별로 동일한 기상 및 토양조건 하에서는 증산율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 오히려 기상 조건에 따라 증산율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건조한 기상 조건에서 일반 작물의 증산율은 대개 800 이상으로 측정되고, 습한 기상 조건에서는 250~ 350 이하로 측정된다. 물이용효율에 대한 지표로서 증산율보다는 소비 용수량을 많이 사용하는데, 삼투에 의한 물의 손실이 없는 조건에서 일정 기간에 토양의 수분 함량이 얼마나 감소하는가를 측정하여 소비 용수량을 구할 수 있다. 이때 측정된 토양의 수분함량 감소분은 오직 토양 표면에서의 증발과 식물에 의한 흡수 및 증산을 통하여 일어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소비 용수량은 작물의 생육기간 동안 발생한 총소비 용수량으로 나타내거나 단위 시간당 발생하는 소비 용수량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 물론, 동일한 기상 및 토양조건 하에서 측정된 작물의 종류별 단위 시간당 소비 용수량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총소비용수량은 작물에 따라 매우 다르며, 특히 재배기간이 긴 작물일수록 총소비 용수량이 증가한다. 증산율과 마찬가지로 소비 용수량도 기상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계절에 따라 기온과 습도 등의 기상 조건에 의하여 크게 달라지므로 단위 시간당 발생하는 소비 용수량도 크게 달리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