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중에서의 열전달
토양이 태양열을 받으면 온도가 상승하는데, 표면에서 흡수된 열이 토양 내부까지 전달되는 것은 열전도 현상에 의하여 일어난다. 열전도 현상은 금속 막대의 한쪽 끝을 가열하면 가열되는 부분부터 반대쪽까지 순차적으로 온도가 올라가거나, 아니면 온도가 다른 물체끼리 접촉할 때 열이 이동하는 것이다. 액체나 기체 내부에서의 열의 이동은 주로 대류에 의하여 일어나지만, 고체 내부에서는 주로 전도에 의하여 열이 이동한다. 열전도에 의한 물체 내부에서의 열의 전달 속도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구리나 철과 같은 전기의 양도체에서는 열이 매우 빠르게 전달되지만, 황이나 플라스틱과 같은 전기적으로 절연체인 물질에서는 늦게 전달된다. 또, 액체나 기체는 고체에 비해 매우 늦어 일부에 가해진 열을 전체에 확산시키기는 어렵다. 이것은 열전도의 메커니즘이 각각의 물질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열전도도의 값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물질의 종류에 따라 일정한 값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토양을 구성하는 요소별 열전도도는 모래, 미사, 점토 등을 포함하는 무기 입자들이 가장 높으며, 물> 부식> 공기의 순이다. 토양의 열전도도는 토양입자의 지름이 클수록 높은데, 사토> 양토> 식토> 이탄토의 순이며, 건조한 토양보다 습윤한 토양의 열전도도가 높다. 그리고 토양구조의 특성별로 보면 덩어리 형태의 토양에서 입단 또는 괴상 등의 구조가 발달한 토양보다 열전도도가 높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토양에서의 열전달은 고상과 공극을 통하여 일어나고, 고상과 고상 사이의 열의 전달이 공극을 통한 열의 전달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며, 물은 공기보다 25배 정도 열을 더 잘 전달하므로 습윤한 토양이 건조한 토양보다 열전도도가 높은 것이다. 토양의 색깔도 토양온도에 영향을 주는데, 지표면의 색깔이 짙을수록 태양열을 많이 흡수하여 토양온도가 높아지지만, 백색일수록 반사량이 많아 토양온도의 상승이 미약하다. 일반적으로 토양 지표면의 색이 흑색> 남색> 적색> 황색> 백색으로 변함에 따라 토양온도의 상승이 미약해진다. 한편, 토양의 경사와 경사 방향도 토양온도에 영향을 끼치는데, 태양광선이 지면에 수직으로 투과할 때 빛을 받아들이는 양이 가장 많고, 경사가 크게 질수록 작아진다. 우리나라와 같은 북반구에서는 북향보다 남향 경사면에서 단위 토양 면적당 수광량이 많다. 예를 들어 여름철 수광량은 동서 방향의 이랑보다 남북 방향의 이랑에서 많고, 겨울철 수광량은 동서 방향의 이랑에서 더 많다. 그리고 지표면의 피복식물과 피복 소재는 토양온도의 변동을 적게 할 뿐만 아니라 열절연체의 역할을 하여 여름철에는 토양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고, 겨울철에는 오히려 토양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토양온도의 변화
토양의 온도는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열수지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며, 주로 태양복사열을 얼마나 받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지표면이 받는 태양복사열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하루 중에도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하루 또는 1년 동안의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일정한 주기성을 가지므로 이에 상응하는 태양복사열이 지표면에 흡수된다. 따라서, 하루 또는 연중 토양온도의 변화를 조사하면 일정한 형태의 주기적인 변동 양상을 보이게 된다.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토양온도와 그 변화양상이 기온과 유사하고, 토양의 깊이가 깊을수록 일간 온도변화의 폭이 많이 감소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는 토양의 깊이가 깊을수록 열의 흡수나 방출이 그만큼 제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최고온도나 최저온도가 나타나는 시각이 기온에 비하여 토양온도의 경우 늦어지고, 토양의 깊이가 깊을수록 더욱 늦어진다. 이는 낮 동안에 태양열이 대기와 지표면을 거쳐 토양 내부로 순차적으로 전달되고 해가 진 후에는 대기가 가장 먼저 냉각되며 토양에서는 지표면에서부터 먼저 열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토양온도의 조절
적합한 토양온도를 유지함으로써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고 지나친 고온이나 저온에 의한 작물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이른 봄의 낮은 토양온도는 종자의 발아와 유묘의 생장을 지연시킨다. 일반적으로 열전도에 의한 토양의 온도변화는 토양의 공극량에 따라 달라지고, 공극 내 수분함량에 의해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파종과 유묘의 이식 과정에서 느슨하게 만들어진 표층 토양을 다져줌으로써 공극량을 줄이고 토양수분의 함량을 높게 유지하여 지표면에 흡수된 열이 신속히 토양 내로 전도될 수 있게 하면 종자의 발아를 촉진할 수도 있다. 그리고 토양온도의 변화에 따른 보리의 생육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온도가 35도까지 도달함에 따라 생육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생육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작물별로 어느 일정 온도 이상에서는 생육이 정지된다. 토양온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으로 지표면에서 흡수하는 열량을 많게 하고 방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양색을 이용하여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는데. 완숙 유기물을 시용하면 태양광선의 흡수를 증가시켜 토양온도를 높일 수 있다. 한편, 비닐 등과 같은 흰색 또는 투명한 멀칭을 하면 태양복사열을 반사하여 토양온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비닐피복은 토양에서 방출되는 복사열은 차단하고 물의 증발을 줄여 열 손실을 막아준다. 작물을 재배할 때 이랑의 방향과 깊이 및 작물의 선택에 따라 토양온도를 관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