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토양 중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물은 광물의 풍화와 유기물의 분해, 미생물과 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무기양분의 공급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반응에 필요하며, 토양 중에서의 양분의 이동과 식물의 흡수를 도와주는 용매로서의 기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식물체의 약 75%가 물이며, 이들 물은 거의 모두가 토양으로부터 공급된다. 위성 탐사선이 제일 먼저 물이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바로 물이 있을 때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식물이 생장하는 동안 흡수하는 물의 약 99%는 증산을 통하여 대기 중으로 날아간다. 따라서, 증산에 의한 물의 손실을 토양이 지속해서 보충해 주고 토양 중에 적당한 양의 물이 존재해야 식물의 생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지나치게 과량으로 물이 존재하면 공기의 공급과 순환이 차단되어 식물의 생육에 오히려 해롭게 된다. 강우 또는 관개를 통하여 공급된 물은 토양에 일정 기간 보유되어 식물에 흡수 이용되므로 이러한 물 보유기능은 토양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물은 토양의 물리적인 특성을 결정하는 요인인데, 수분함량에 따라 토양의 견지성이 크게 달라지고, 과습 또는 건조 상태에서는 경운작업이 어려워진다. 수분함량은 토양의 팽창과 수축 현상을 유발하고 집중 강우 시 경사지 토양의 유실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공학적인 측면에서도 토양의 수분함량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와 눈을 통하여 토양에 물이 공급되고, 토양이 저장할 수 있는 양 이상으로 공급되면 지표면을 통하거나 지하로 배수가 일어난다. 토양에 저장된 물은 증발이나 증산을 통하여 지속해서 유실되고, 비와 눈으로 공급되는 양보다 유실량이 많으면 작물의 생장에 필요한 물의 관개로 인위적으로 공급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토양이 물을 보유하는 것은 토양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토양이 물을 유지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어떻게 토양에 물이 유지되며, 토양이 얼마의 물을 보유할 수 있고, 토양 중에서 물은 어떻게 이동하며 식물체는 어떻게 물을 흡수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토양의 물리적 구조와 물 자체의 물리ㆍ화학적인 특성 등에 의하여 결정된다.
물의 분자 구조
토양 내에서의 물의 분포와 이동, 화학적인 현상, 식물의 물 흡수와 체내 이동 및 생명현상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 자체의 기본적인 특성을 알아야 한다. 물은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물질이지만 매우 특이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화학식으로만 보면 물은 상온에서 액체보다는 기체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하며, 이러한 물의 특성과 기타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물의 특성들은 결국 그 분자구조의 특이성과 관련되어 있다. 물 분자는 2개의 수소 원자와 1개의 산소원자로 구성되며 105도의 각으로 V자 모양의 비대칭 공유결합을 이루고 있다. 물 분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과량의 양전하나 음전하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물 분자 내의 전자 분포를 보면 수소 원자에 비하여 전기음성도가 높은 산소 원자 주위에 상대적으로 많은 전자가 분포한다. 이러한 불균일한 전자 분포 때문에 산소 원자 쪽은 부분적으로 음전하를 가지고, 수소 원자 쪽은 부분적으로 양전하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물 분자는 외형적으로 비극성이지만 실제로 극성을 띠게 된다. 이와 같은 극성 때문에 물이 여러 가지 물질을 용해할 수 있는 용매가 되며, 물 분자의 산소 원자는 이웃하는 물 분자의 수소 원자와 전기적으로 서로 끌려 결합하게 된다. 이를 수소결합이라고 하며, 이러한 결합을 통하여 물 분자들이 서로 연결된다. 분자량이 유사한 다른 화합물과는 달리 물이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수소결합 때문이다. 낮은 온도에서는 수소결합이 물 분자들을 단단한 사면체 구조로 연결하기 때문에 고체상태의 얼음이 된다. 상온에서는 고체상태에 비하여 수소결합이 느슨하지만 그래도 물 분자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있기 때문에 물이 기체 상태보다는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수소결합은 물 분자의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며, 물이 다른 화합물과는 다른 여러 가지 물리, 화학적인 특성을 지니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물은 높은 비열과 증발열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물 분자들을 연결해 주고 있는 수소결합을 끊어 개별 분자로 분리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